뭐든지 ‘딸깍’ 만드는 세상
사람 손길이 경쟁력 됐다
3줄 요약
ㆍ시몬스 등 브랜드 NO AI 캠페인 확산
미국 와이오밍의 식당 ‘처그워터 소다 파운틴’ 직원이 “홍보에 AI 전단이나 사진을 쓰지 않겠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식당 측은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사람이 직접 만든 광고’를 내세웠다./인스타그램
“우리를 홍보하는 데 AI로 만든 전단이나 사진은 쓰지 않을 거예요.”
지난 8월 미국 와이오밍의 작은 식당 ‘처그워터 소다 파운틴’이 누런 골판지에 검은 매직으로 적은 문구다. 그 옆에는 직접 그린 초콜릿 셰이크와 “음식도 처음부터 직접, 마케팅도 처음부터 직접”이라는 손글씨를 담았다. 식당 측은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스케치북 장면처럼 직원이 팻말을 한 장씩 들고 선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20만개 넘게 달렸고, “이런 진정성이 좋다” “골판지와 펜으로 만든 광고가 AI가 만든 ‘전문적인’ 광고보다 더 믿음이 간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AI가 몇 초 만에 매끈한 글과 그림, 영상을 만들어 주는 시대다. 역설적으로 구겨진 골판지와 삐뚤삐뚤한 손글씨, 서툰 그림처럼 ‘누군가 직접 만들었다’는 흔적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고쳐야 할 흠이었던 불완전함이 이제는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표식이 된 것이다
오리지날야마토연타예시
. AI 시대, ‘사람 티’가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안 씁니다”… 손글씨로 돌아간 가게들
최근 영미권의 식당·카페·도서관·미용실 등에서 종이나 골판지에 직접 손글씨를 써 “AI로 만든 광고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햄프셔의 카페 ‘젠차이’는 “우리를 홍보하는 데 AI 포스터를 쓰지 않겠다. 대신 종이와 매직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미 캔자스의 빵집 ‘라이즈 앤 롤 베이커리’는 “우리 빵을 AI로 꾸미거나 완벽해 보이게 만들지 않는다”며 실제 촬영한 빵 사진만 홍보에 쓴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의도적으로 ‘사람 냄새’가 나도록 디자인된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몰리는 상권에서는 투박한 손글씨 메뉴판이나 손때 묻은 소품 같은 요소가 하나의 ‘감성’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카페나 식당을 고를 때 AI로 만든 광고나 메뉴판이 있는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며 “조금 삐뚤빼뚤하고 정돈이 덜 된 공간이 힙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내 일러스트 공유 플랫폼 어반브러시는 AI로 만든 생성 이미지를 받지 않는다. 어반브러시는 “누구나 1초 만에 ‘딸깍’ 해서 뽑아낼 수 있는 이미지는 가치가 ‘0원’”이라며 “AI로 생성된 이미지 소스를 거부하고 디자이너가 만든 순수 작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꽁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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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브랜드들도 ‘AI를 쓰지 않았다’는 . 자체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몬스가 올해 브랜드 캠페인에 ‘NO AI’를 내걸었다. 실제 공간과 배우를 촬영하고 현장음을 살린 영상 5편은 공개 54일 만에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억회를 넘겼다. 즉석카메라 브랜드 폴라로이드는 지난해 광고에 휴가지의 순간을 담은 즉석사진과 함께 “AI는 발가락 사이의 모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문구를 담았다. 한때 AI 활용 자체가 혁신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AI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가 된 셈이다.
매끈한 AI 아닌 ‘진짜 사람’에 끌린다
사람들이 ‘사람 티’에 끌리는 배경에는 AI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과 진정성에 대한 갈증이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전국 13~69세 1200명을 조사한 결과, 80.6%가 최근 1년 사이 AI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었다. AI 광고보다 사람이 직접 만든 광고에 더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63%였는데, 이는 특히 10대(76%)와 20대(71%)에서 높았다. ‘AI 광고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응답은 62.4%,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54.2%, ‘최근 AI 광고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51.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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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부감은 음식처럼 ‘진짜 같음’이 중요한 영역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AI로 만든 음식 사진의 부자연스러운 질감과 형태를 두고 “기괴하다” “먹기 싫어진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 동대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심모씨는 “비용을 아끼려고 AI로 만든 메뉴 사진을 썼는데 손님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며 “결국 사진작가를 불러 실제 음식을 촬영했다”고 했다.
침대 회사 시몬스는 AI를 활용하지 않고 100% 아날로그 방식으로 광고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상은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넘겼다. /시몬스
올해 한국소비자·광고심리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20~34세 성인 379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광고에 AI 활용 비중이 높다고 표시할수록 소비자는 그 광고의 진정성을 낮게 평가했고, 이는 광고 태도와 구매 의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AI를 활용하더라도 사람이 실제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가시적 인간 관여’가 소비자의 거부감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사람 티’ 프리미엄은 창작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AI 시대에 일부 작가가 오타나 특유의 말버릇처럼 예전 같으면 다듬었을 요소를 일부러 남겨 ‘사람이 썼다’는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증하는 마크도 생겼다. 미국작가조합은 작년부터 사람이 직접 쓴 책에 ‘인간 저작(Human Authored)’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찍어 인스타그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