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관장이자 시인인 양민숙 작가가 그림책 한 권을 펼쳐놓고 아이들을 기다리는 도서관 정원의 사계절을 담아낸 동시집을 펴냈다.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와 꽃을 제주어 동시로 담은 책 '나무 읽는 도서관'(한그루)이다. 그림은 신기영 작가가 그렸다.
양 시인은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거닐며 나무를 바라보고 꽃과 잎, 열매를 관찰해 왔다. 그는 이번 책에서 아이들이 식물을 만나는 순간의 호기심과 상상을 짧고 경쾌한 시로 풀어냈다.
책은 '봄이 말을 걸어요', '여름엔 초록이 더 커져요', '가을이 주워 온 것들', '겨울에도 알록달록 도서관' 등 4부로 나눠 다양한 동시를 실었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초록을 키우며, 가을에는 열매와 낙엽을 내려놓고, 겨울에도 저마다의 색과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식물들을 따라 도서관 정원의 사계절을 그렸다.
모든 동시는 제주어로 먼저 읽고 표준어로 다시 만날 수 있게 구성했다. 도서관 정원의 수목 명패가 제주어로 돼 있다는 데서 출발한 구성이다. '사오기낭'은 '벚나무'로, '매실낭'은 '매실나무'로 이어진다
모바일 바다이야기상어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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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제주어의 말맛과 리듬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나무와 꽃을 부르는 제주어 이름에도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인의 시선은 식물의 이름이나 생태 특징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조팝나무의 하얀 꽃은 가지마다 터지는 작은 '팝콘'이 되고, 비를 머금고 솟아난 대나무는 '초록 연필'이 돼 하늘에 편지를 쓴다. 돌담 틈에 자리 잡은 고사리는 바람을 타고 와 자기 자리를 찾아낸 씩씩한 존재가 된다.
책 말미에는 부록 '시 속 친구들을 만나 보세요'를 실었다. 시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정원을 걸으며 시 속 식물을 찾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돔박낭 / 동백나무
고쎄 뭐가 털어져시냐? / 방금 뭐가 떨어졌지?
분명히 호쏠 전이꼬지 / 분명히 조금 전까지
하늘이영 놀암선게만 / 하늘이랑 놀고 있었는데
어이에 / 어느새
나 발 알에 노려완 이신게 / 내 발 밑에 내려와 있네
낭 우티서 볼강케 혼 번 / 나무 위에서 빨갛게 한 번
인터넷신천지
땅바닥이서 볼강게 혼 번 / 땅바닥에서 빨갛게 한 번
돔박고장은 / 동백꽃은
두 번 피는 생이여 / 두 번 피나 봐
양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아이들과 정원을 걷다 들은 '선생님, 꽃이 팝콘 같아요', '이 나무는 하늘에 편지를 쓰는 것 같아요' 같은 말이 식물도감보다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이름을 외우기보다 모양을 살피고, 손으로 만져 보고, 냄새를 맡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시인은 제주에서 시를 쓰고 어린이와 책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도서관과 지역 문화 현장에서 사람과 책, 제주 자연의 이야기를 이어 왔다. 제주어와 제주 자연, 곁에서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쓴다.
2004년 문단에 나와 시집 '지문을 지우다', '간혹 가슴을 연다', '한나절 해에게', '우리의 발자국이 가지런하지는 않아도' 등을 펴냈다.
그림을 그린 신기영 작가는 문학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다. 한국적 이미지를 연구하며 국내외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해 왔다.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배울예술교육지원센터 대표이자 디아츠 회원이다.
132쪽, 한그루, 1만4000원.
이자 디아츠 회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