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돌봄 지원금 일부를 개인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주로 생활가전과 영양제 구입 통로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서비스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이지만, 정작 돌봄 시간을 깎아 물품을 구매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따르면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방과후활동 △발달재활서비스 등 4개 바우처 급여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본인이 직접 세운 이용계획에 따라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제도다.
이용계획은 시군구가 적절성을 판단해 합의한다.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면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전문가로 구성된 상급지원위원회가 심의한다.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상급지원위원회 심의 이용계획서 46건을 분석한 결과, 항목별 배정액 약 1억4964만 원 가운데 43.4%(약 6499만 원)가 김치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노트북·태블릿 등 전자기기, 운동기구·차량 등 사업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취득성 물품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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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강습·돌봄 등 대인서비스는 15.4%(약 2306만 원)에 그쳤다.
복지부는 사업 안내를 통해 가구·노트북 등 자산취득성 물품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 상급지원위원회 결정 62건 중 ‘불가’는 1건뿐이었다. ‘합의’ 6건, 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하는 ‘조건부 합의’는 55건이었다.
지난해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참여자들의 지출 세부내역을 보면 ‘주거지원 물품’의 84.5%(7996만 원)가 제습기·공기청정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구입에 쓰였다.
‘기타 건강지원 제품’의 89.5%(1억 1406만 원)는 유산균·비타민·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사용됐다.
반복 구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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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기능식품을 3회 이상 구매한 참여자는 94명이었고, 누적 금액이 가장 큰 1명은 7회에 걸쳐 536만 원을 썼다. 올해도 7월까지 81명이 3회 이상 구매했다. 가전제품을 반복 구매한 참여자는 지난해 23명으로, 최다 지출자는 냉장고·정수기·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세탁기를 사는 데 680만 원을 사용했다.
돌봄 필요도가 높아 급여가 많은 사람일수록 물품 구매에 쓸 수 있는 금액도 커져 참여자 간 구매력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실은 “복지부는 개인예산제가 기존 공급체계에서 공급되지 않던 물품·서비스의 개별 구매를 가능하게 한 ‘수요 맞춤형 제도’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수요의 상당 부분이 생필품·가전제품이었다는 。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초적인 권리와 선택적 재화 구매의 자유가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비춘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특히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를 깎아 재화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을 약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면서 “개인예산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는 ‘조건부 합의